태어나 보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가 엄마였다.엄마의 아름다움은 일부만 물려받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류미는 예뻤다.예쁘고, 모난 데 없는 성격인 류미는 언제 어느 곳에서나 사랑받았다.사랑받는 것에 특별한 감동이 없을 만큼, 그러나 사랑받지 않는 날들은 상상할 수 없는 나날 속에서 자라난 류미에겐 꿈이 있다.엄마처럼 반짝반짝한 사람이 되는 것.엄마가 반대하는 그 꿈을 굳건히 키우기로 결심한 열여덟, 류미의 까만 눈동자 안으로 누군가 비쳐 들었다.엄마만큼이나 반짝반짝해 보이는 남자.우기연.류미를 좋아하는 게 분명한 모습으로 그녀의 인생을 눈부시게 어지럽히는 그가 곤란하다.그러나 곤란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가 내쏟는 빛에 류미는 기꺼이 걸려들었다.너무나 찬란해서 그녀를 좀먹을 것 같은 빛일지라도.* * *“야.”류미가 그에게 말을 걸자마자 물소리가 그쳤다.“너 왜 나한테 친한 척하는데?”우기연의 눈이 살짝 커졌다. 이윽고 그는 기침하듯 짧게 웃었다. 그의 뺨에 작고 선명한 그림자가 고였다. 손가락으로 찌르면 쏙 들어갈 것 같다는, 상황에 맞지 않은 엉뚱한 상상을 머릿속에서 밀어낸 류미는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곧바로 우기연의 입술이 벌어졌다.“……이.”“뭐?”하필이면 그때, 운동장에서 누군가 시끄럽게 고함을 질러 대는 바람에 그의 목소리가 묻혔다. 류미는 재차 물었고, 우기연은 웃었다. 얼마든지, 몇 번이고 다시 말해 주겠다는 듯.“야가 아니라 기연이.”류미는 몇 초간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서 멍청히 눈만 깜빡거렸다. 그야 물론 이해하지 못할 말은 아니었지만, 설마하니 그런 유치한 뜻인가 싶어서. 하지만 그 뜻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 말이었기에 류미는 뒤늦게 황당해졌다. 우기연은 부드러운 어조로 류미의 질문에 대한 답 또한 친절하게 빼먹지 않았다.“친한 척한 게 아니라 친해지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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