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기억을 잃었다.
5년의 기억이 송두리째 사라진 남편 휴고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재산 분할 합의서.”
휴고가 이혼을 요구하며 정돈된 서류를 아멜리아의 앞으로 내밀었다.
“적지 않은 돈이니까, 어디 가서 혼자 살 수 있겠지. 데리고 살 만한 남자가 있다면 재혼해도 좋고.”
하지만 갑자기 생각을 바꾼 휴고는 아멜리아가 당분간 곁에 머물며 자신의 기억을 찾는 데 협조할 것을 요구한다.
그와 함께 두 사람의 관계는 피할 수 없게 벼랑 끝으로 내몰리기 시작하는데…….
“난 이혼 안 해. 당신을 내 곁에 두고 참담한 꼴을 평생 지켜보기로 마음을 바꿨거든.”
“……제가 왜 당신의 뜻대로 해야 하죠? 저는 얼마든지 이 저택을 떠날 수 있어요.”
“아니, 나한테서 도망치지 못할걸.”
분노로 일렁이는 푸른 눈동자에 즐겁다는 듯 미소 지은 휴고가 비쳤다.
“당신이 내 아이를 갖게 될 테니까.”
일그러진 관계가 돌이킬 수 없게 파국을 향해 가던 어느 날, 휴고의 기억이 전부 돌아왔다.
* * *
“아멜리아……?”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음을 깨달은 휴고가 뒤늦게 아멜리아를 불러보아도, 돌아오는 것은 빈자리의 공허한 울림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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