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했어. 상을 주지.”
이교도의 왕에게서 흘러나온 말은 지독히도 달콤했다.
“……그 고통에서 해방시켜 주겠다.”
모든 것이 끝나길 바랐던 그날, 적국의 수장에게 목이 잘리고도 엘레나는 기뻤다.
드디어 이 지옥불 같은 삶에서 벗어날 수 있노라 여겼으니.
그날 엘레나의 세상은 끝이 났다.
아니, 끝났어야만 했다.
“그럼 이게 진짜라는 거네. 꿈도 아니고, 주마등도 아니고, 그렇다고 저승도 아닌 거 같고.”
스무 살의 봄, 엘레나의 인생이 완전히 꼬여 버린 시점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아스티아 대제국의 위대한 다섯 가문 중 하나인 세르베니아 가문의 애물단지 공녀로.
끝이 났어야 할 자신의 이야기가 정말로 다시 시작된 것이라면…… 이번 이야기의 장르는 자신이 직접 정할 것이다.
다름 아닌 아주 처절하고 통쾌한 복수극으로.
“그래, 나도 바라던 바야.”
그런데 이건 예상하지 못했다.
‘이 남자가 왜…….’
엘레나의 복수극은 분명 완벽했다.
“나, 카엘 알아힘 아슈타흐트. 엘레나 이나바흐 헤센 세르베니아의 카발리에가 되기를 정식으로 청합니다.”
그녀를 죽인 남자가 청혼을 해 오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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