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사랑받고자 했으나,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었던 여인.
악녀의 역할은 모두 끝났고, 모두가 경멸하는 그녀의 자리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결국 이곳에서 살아남는 것을 바랐다.
그때, 그렇게 죽음만을 기다려야만 할 내 눈앞에 이상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황녀 전하, 다 들리시는 거 압니다!]
[부디 제 부탁이라도 들어주십시오…!]
[설마 눈앞에 있는데 안 보이신다는 건 아니겠죠?]
불행하게도, 너무 잘 보였다. 그것도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어느 날부터인가 내 앞에 죽은 사람의 영혼이 나타나 한탄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그들을 위한 나의 은밀하고도 지극히 사적인 상담이 시작되었다.
***
“아이니스 님께서는 마치, 귀신처럼 제 모든 것을 다 알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당연하지. 당신 조상이 지금 내 옆에서 주절주절 다 말하고 있다고.
“당신은…, 마치 어머니처럼 제가 듣고 싶었던 말을 해주시는군요.”
그거야, 네 놈 어머니의 유언을 실시간으로 듣고 있으니까.
“제, 제 곁에 머물러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이봐, 네 말이 다 맞았어. 대체 어떻게 안 거지?”
그런데 이제는 죽은 사람뿐만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인간들까지 엮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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