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막을 짝사랑하는 약혼자 ‘아나이스 헤일런’에 빙의했다.
위험해진 흑막을 구하려다 허무하게 죽는 것이 나의 정해진 운명이었다.
그러나 나는 절대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
아나이스에게 마음도 없으면서 매 순간 착각하고 기대하게 만든,
그리고 마지막까지 그녀에게 절망만을 선사한 흑막, 테오도르 리시우스가 괘씸했다.
그래서 파혼 전 그를 살짝, 아주 살짝만―사실은 많이― 괴롭히기로 결심했다.
시도 때도 없이 사랑한다 속삭이고 잠시만 떨어져도 죽을 것처럼 구는 등
테오도르를 숨 쉬듯 귀찮게 하여 그의 거짓된 가면을 벗기기 위해 노력했다.
저 잘생긴 미간이 단 한 번만이라도 일그러졌으면…….
하지만 흑막은 그런 내 모든 기행을 얼굴 한 번 구기지 않고 온화한 웃음으로 받아 쳐내는 엄청난 내공의 소유자였다.
결국 나는 실패했고 원작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에게 파혼을 요구했다.
“파혼해 주세요.”
“……설마 내게서 정말로 벗어나려고 했던 겁니까?”
그 순간 그에게서 내가 그토록 보고 싶었던, 아니 그보다 훨씬 더 격한 감정이 나타났고
그 눈빛에는 나를 향한 집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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