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사교계의 추물, 끔찍한 미치광이, 들짐승같은 여자….
자그마치 십오 년을 별채에만 갇혀 지냈다는 소델 자작가의 수치, 에스텔러 소델.
그녀에 관한 흉흉한 소문을 들은 황제는 눈엣가시인 조카와 에스텔러의 사혼을 명한다.
그러나 결혼식이 치러지던 날, 베일을 걷고 나타난 에스텔러는 제국 사교계 전체를 경악케 만드는데….
***
“대공 전하.”
“누구십니까?”
단테는 필요 이상으로 딱딱하게 대답했다. 심지어는 의도적으로 몸을 한 발짝 뒤로 빼 물리기까지 했다.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아내에게 이 이상의 무례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여자와 의식적으로 거리를 벌려 두어야 했다.
여자는 묘한 시선으로 단테가 하는 양을 훑더니,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퍽 의미심장한 웃음이었다.
“후후, 정말로 제가 누군지 모르시겠어요?”
“…….”
“서신으로 이야기를 나눌 때는 그렇게나 부드럽고 상냥한 분이었는데, 실제로는 이렇게 무시무시하고 위협적으로 굴다니. 이러면 순 사기 결혼이 아닌가요?”
여자의 목소리는 은으로 된 작은 종을 흔드는 것처럼 맑고 영롱했다. 그녀는 단테를 대놓고 비난했지만, 사람을 탓하는 어투마저 사납지 않고 감미로웠다.
“맞아요, 단테. 제가 당신의 아내, 에스텔러 알라나드 소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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