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이었잖아, 우리 관계. 아, 그래도 재미는 있었어.]
모든 게 거짓이었다는 무도한 편지 한 장만을 두고 떠난 이멜린의 첫사랑이 돌아왔다.
보란 듯 전한 그녀의 약혼 소식을 듣고서.
***
시작은 가문 간의 견제로 인한 앙숙 사이.
그 남자, 제넌 트랑시움은 매일같이 그녀의 자존심을 긁어 대는 귀족층의 불량아였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두 사람이 아직 어리고 미숙했을 때.
“키스는 해 봤어? 아, 너무 고귀하신 존재라 누가 닿기만 해도 경기를 일으켰지?”
“나도 해 본 적 있어. 보여 줘?”
일방적인 도발로 시작된 자존심 싸움이 첫사랑으로 자리해 버리는 건 한순간이었다.
오래 지나지 않아 그 끝이 남자의 장난이었단 걸 깨닫고, 이멜린은 그를 지웠다.
아니, 그러려 했다.
“오랜만이야, 델제어 양.”
이멜린의 약혼 소식을 접한 그가 눈앞에 나타나기 전까진.
“내가 죽을 만큼 싫어? 근데 나는 왜 그게 거짓말 같지.”
그녀를 버린 주제에 먼저 버림받은 눈빛을 하는 남자.
그녀의 첫사랑이 다시금 이멜린의 삶을 침범하기 시작했다.
이전엔 멋대로 사랑을 주더니, 이번엔 멋대로 그녀의 약혼을 훼방 놓는 것으로.
“델제어 양, 우린 여전히 가문을 낀 앙숙이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히 해 둘게.”
우린 더 이상 그 여름날의 어린애가 아니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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