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빛무리가 번짐과 동시에 세계 각지에 게이트가 열리고, 괴생명체의 습격이 시작됐다.
이 세상에 미련 한 톨 없던 나는 이대로 죽는구나 싶었다.
차라리 이렇게 죽는 게 오히려 인상적인 죽음 같았다.
분명 그랬는데, 무너진 건물 잔해 사이에 한 남자가 깔려 있었다.
“……지금 그쪽도 위험한 거 알고 있습니까?”
그는 내게 가라고 했지만, 죽음 앞에 와서까지 비겁하게 도망치고 싶지 않았던 나는 그의 곁을 끝까지 지켰다.
위기의 순간, 나는 인류의 첫 에스퍼로 각성한 그 남자에 의해 살아남았다.
그러다 국민을 안심시킨다는 명목으로 정부에 의해 그와 3년짜리 계약 결혼까지 하고 말았다.
약속한 3년 후, 에스퍼와 가이드가 늘어남에 따라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도입되었고,
월등함을 입증하듯 그는 최초의 SS급 에스퍼였지만…….
애석하게도 나에게는 최초의 F급 가이드라는 선고가 내려졌다.
* * *
“……우리 이혼, 할래요?”
나를 끌어안은 몸이 돌연 조각상처럼 굳어 단단해졌다.
“우리가 약속했던 시간이 오늘부로 끝났어요.”
“…….”
그는 말이 없었다. 사방에 흐르던 냉기는 가시지 않고 오히려 짙어지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당신은 나를 놓아주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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