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구원자가 아니다

나는 구원자가 아니다

“안녕, 왕자님.”
고혹적으로 빛나는 자수정색 눈동자,
불꽃을 닮은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가
건네는 매혹적인 인사에,
“마녀.”
사슬에 묶인 은발 청년의 반응은 영 시원찮기만 하다.
자신이 정말 ‘마녀’임을 들켜 버린 그녀는
사교도에 의해 제물로 바쳐질 뻔한 그를 구해 주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안녕을 말하는데.
“왕자 전하. 찾으시던 사람이 이 여자가 맞습니까?”
왕자?
……왕자라고?
눈앞에 다시 나타난 그는 ‘진짜’ 왕자님이었다.
그냥 인사치레로 했던 말이었건만,
단순히 귀족도 아니고
하필이면 진짜 왕자한테 정체를 들켜 버리다니!
낭패감이 온몸을 휘감던 순간,
“나한테는 지금 네가 절실하거든.”
그의 가슴팍에 냉큼 안겨 납치를 당한 그녀는
요구 조건에 못 이기는 척 손을 잡는다.
절대 그의 유혹에 넘어가서 그런 건 아니니 오해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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