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가이드인지 아닌지 알아내는 거, 아주 쉽다는 거 알고 있잖아.”
그는 당장에라도 그것을 증명할 수 있다는 듯, 엄지를 아랫입술 위에 올렸다.
나른하기까지 한 목소리는 어쩐지 기대감마저 묻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A급 에스퍼 한혜주.
어느 날 가이드로도 발현했지만 평생 숨길 예정이었다.
하지만… 들켜 버렸다.
들켜서는 안 되는 능력을, 들켜서는 안 되는 사람에게.
*
과거 혜주는 강로한을 사랑하여 집착했다.
뒤틀린 질투의 끝은 그의 죽음이라는 비극이었고, 지독한 회환으로 고통받았던 그녀는 회귀 후 그를 향한 모든 사랑과 집착을 버리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강로한 에스퍼…. 읏, 이, 이러지 말아요. 당신 이런 사람 아니잖아…….”
대체 왜 이렇게 된 거지?
“만성 가이딩 부족에 시달리던 에스퍼가 최상급 가이딩 맛을 봤는데…….”
아니, 당신은 차라리 죽을지언정 내 가이딩은 싫어했던 사람이라고!
“협박이 뭔 대수라고.”
당신 가이드는 내가 아니라 이새봄이라니까?!
“우리 혜주, 순진한 소리 하네?”
아무리 속으로 외쳐본들 소용이 없었다.
강로한의 이런 생경한 태도도 어이없어 죽겠는데,
“이 자국… 뭡니까? 내 에스퍼가 나말고 대체 누구한테 이렇게 진한 가이딩을 받고 왔을까요? 저로는, 부족합니까?”
그녀의 가이드인 영헌은 또 왜 이러는 것이며…
“누나, 정말 가이드 아니에요? 근데 왜 자꾸 닿고 싶지?”
또 다른 S급 에스퍼인 은율은 섬찟한 소리를 해댄다.
그녀가 집착을 버리자 남들이 집착하는 집착 총량 보존의 법칙?
혜주는 자신의 비밀을 들키지 않고 첫사랑의 행복을 빌어주며 조용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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