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도 희망도 없는 피폐 판타지 소설 속, 엑스트라로 환생했다.
툭하면 몬스터 웨이브가 터지는 이 세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던 어느 날.
마을 영주놈이 나를 제물로 바칠 거라는 정보를 입수했다.
'도망치자.'
이 각박한 세상.
역시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건 무리였다.
나는 그 즉시 모든 위협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갔다.
그러니까, 이 세계의 남자주인공을 말이다.
***
“결혼해 달라는 얘깁니까?”
끄덕끄덕.
정확히는 계약 결혼이다. 이 남자가 나를 지켜 주면, 나는 오러 중화를 해주는.
내 고갯짓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가 다시 한번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오러 중화는 접촉을 기본으로 깔고 합니다.”
“그래서 했잖아요, 포옹.”
“그것으로는 부족했다는 걸 짚어드려야겠군요.”
“그, 그럼…….”
“포옹으로 부족하니 단계를 올려야 합니다. 입맞춤, 혹은 그 이상까지. 그러니까…….”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내 양옆, 소파 등받이를 짚으며 허리를 굽혔다.
나를 두 팔에 가둔 남자가 당장이라도 키스할 듯 고개를 옆으로 비틀었다.
“그러니까. 그걸 모두 각오하고 하시는 제안이냐고 묻고 있는 겁니다. 나는.”
손가락 한 마디.
그의 입술과 내 입술 사이의 거리는 그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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