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엘레나의 고운 얼굴이 사라졌다.
기껏 귀족 노인의 후처가 되는 데 필요한 미모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나았기에 그녀는 전혀 아쉽지 않았다.
집에서 도망친 그녀는 최전선의 종군 간호사가 되었다.
그곳에서 미친개로 불리는 사령관, 데니엘을 만났다.
“너, 변태야?”
“변태가 아니면, 취향이 이쪽인가?”
“조금이라도 불손하게 손을 놀렸다간 손모가지가 날아갈 거다. 그 눈깔도 함부로 뜨지 말고.”
그런 사령관이 어느 날부턴가 달라졌다.
“전 그만…….”
몸을 돌리려는데 굵직한 손이 낚아채듯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가긴 어딜 가!”
데니엘의 목울대가 사납게 울렁였다. 그는 화가 난 것처럼 엘레나의 팔을 더욱 힘주어 잡았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난 너한테만 치료받는다고.”
***
본래의 모습을 되찾은 그녀를 그는 알아보지 못한다.
“네 남자는 어떻게 하고 여기에 있어.”
“그분하고는 애초에 어떤 사이도 아니었습니다.”
“그래?”
새파란 눈동자에 어린 건 차가운 분노였다. 하지만 엘레나는 남자의 표정까지 세세히 살필 여력이 없었다.
“남자는 애를 태우는 것 같은데. 원래 매정한 성정인가?”
“제가 일일이 대답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알아. 나도 딱히 궁금해서 물어본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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