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물에 빙의했다.
그것도 늑대인 원작 남주를 지독하게 구박하는 양으로.
“이게 말이 돼? 초식 수인이 육식 수인을 어떻게 구박해!”
그런데 내 앞에 선 어린 늑대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죄송해요. 말 잘 들을게요.”
이게 되네?
마음 같아선 저 닭똥 같은 눈물을 닦아 주고 싶었지만, 내 앞에는 선택지만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1. 네가 애니? 이깟 일로 질질 짜기나 하게!
2. 뭘 잘했다고 울어? 꼴 보기 싫으니까 눈에 띄지 마.
3. 시끄러워, 조용히 해!
아무래도 나,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
원작 남주의 삼촌이 아이를 데리러 오기까지 석 달.
“래미 님, 보내 주신 빵과 우유 잘 먹었어요. 감사합니다.”
“그깟 걸로 감사하는 꼴 하곤. 먹은 만큼 일이나 해.”
나는 선택지의 조종 아래에서도 필사적으로 원작 남주를 보살피려 애썼다.
그리고 마침내, 원작 남주의 삼촌이 찾아왔다.
이제 무사히 아이를 보내주기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싫어! 래미 님이랑 있을 거야!”
아니, 의젓하던 애가 왜 갑자기 떼를 쓰고 그런담……?
게다가 원작 남주의 삼촌은 애를 달래진 못할망정, 그 예쁜 금안을 곱게 휘며 웃기만 한다.
“아이가 원하는데, 함께 가시죠.”
“저, 저요?”
“저도 원하고요.”
“네?”
그쪽은 왜요?
“저희와 같이 갑시다. 모턴 영애.”
어디로요, 늑대 소굴로요?
나…… 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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