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온실에 나는 없다 [독점]

당신의 온실에 나는 없다

‘그저 후원을 받을 뿐이지 않니. 누가 보면 시어미가 며느리더러 몸이라도 팔라고 한 줄 알겠구나.’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고 홀로 시가 식구들의 생계까지 도맡은 라딜트 브릴은
시누이의 새 드레스값을 벌어 오라는 시모의 등쌀에, 과부 후원회인 ‘플루멘 파티’에 참석한다.
오래된 드레스에 낡은 구두를 신고,
연회장 구석에 시든 꽃처럼 서 있던 라딜트의 앞에 한 남자가 다가섰다.
펜들로어 더스튼.
그는 모두가 탐내는 재력가이자 작위를 지닌, 결혼 적령기의 미혼남이었다.
그의 근사한 외모에 두근거린 것도 잠시,
라딜트는 그에게 납치라도 당하듯 휩쓸려 마차에 태워지는데…….
“당신과 교제를 하고자 합니다, 부인.”
“……교제라고요?”
“브릴 부인의 조건이 마음에 들었다고 해 두죠.”
조건?
“저는…… 일단 과부이고.”
“가장 흡족한 조건이지.”
“……편한 상대를 원하시는 건가요.”
“다행이군. 눈치가 아주 없지는 않아서.”
결혼을 원하지 않는, 무례하고도 우아한 남자의 계약 연애 제안.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또는, 제 손을 잡아 주실 수도 있겠지요.”
지독한 시모, 버거운 군식구들, 시누이의 새 드레스, 플루멘 파티, 후원…….
라딜트의 손은 펜들로어의 손바닥 위로 사뿐히 내려앉았다.
“영광입니다, 부인.”
이 손을 잡는 것 외에 무슨 답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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