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 소설에 빙의했다.
하필이면 공에게 무참히 도륙당하는 엑스트라로 말이다.
얌전히 숨죽여 지내려던 중, 웬걸.
다 죽어가는 아가 버전의 공을 주웠다.
죽이지 말아달란 마음으로 금이야 옥이야 정성껏 돌봐준 뒤, 원작에 맞춰 성전에 고이 넘겨주었다.
이렇게까지 해줬는데 설마 죽이지는 않겠지?
그런데 5년 후, 다시 만난 아이의 두 눈은 한기로 가득했다.
“지난 5년간, 나는 단 한 순간도 당신 생각을 안 한 적이 없는데.”
“…….”
“당신은 나 안 보고 싶었어요?”
환장하겠네.
*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칼린의 뺨을 쓸어가던 손가락이 문득 입꼬리에서 멈췄다.
“만약, 당신의 마음과 내 마음이 서로 뒤바뀐다면. 그래서 당신이 내 마음을 알게 된다면……”
룬은 칼린의 검은 머리카락을 한 줌 집어 입가로 가져갔다.
그 위로 살짝 입을 맞춘 그가 고개를 기울여 웃었다.
“……분명 나를 불쌍하다며 안쓰럽게 여겨줄 텐데,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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