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악행을 저지른 후 처형당한 레아.
과거로 돌아온 그녀는 이번 생은 오직 ‘그’만을 위해 살아가리라 다짐한다.
속죄를 위해서라면 제가 가진 것을 모조리 꺼내 바칠 수 있었다.
돈, 지위, 가이딩 능력. 심지어 자신의 가장 은밀한 비밀까지도…….
* * *
한계에 몰린 그녀의 머릿속에 사라진 과거부터 현재의 일까지,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꾹꾹 누르고 있던 죄책감과 괴로움이 둑이 무너지듯 터져 버렸다.
“죄송해요. 정말 잘못했어요.”
그가 왜 화가 났는지, 정확한 이유도 모르면서 그녀는 무작정 빌었다.
“무엇을?”
아이처럼 서럽게 우는 그녀의 모습에도 칼릭스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대신 단단히 다물렸던 입매가 느슨하게 풀렸다.
“전, 전부 다요.”
그에게 미안했다. 자신이 다시 살아 돌아온 것까지 포함하여 전부 다.
“아니지, 레아.”
칼릭스가 그녀의 말을 부정하며 천천히 거리를 좁혔다. 마치 그의 모습은 사냥감을 몰이하는 듯 신중했다.
“너의 잘못은.”
말을 건네며 그녀의 바로 앞까지 도달한 그가 무표정한 얼굴로 느릿하게 손을 뻗었다. 그는 잘게 떠는 둥근 어깨에 손이 닿기 무섭게 그녀를 잡아당겼다.
“그동안 네 정체를 숨겼다는 거야.”
제 품에 레아가 들어온 후에야 나른한 웃음을 흘린 그는 독점욕과 희열로 가득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도망치느라 오랜 시간 달리는 바람에 체력의 한계가 찾아온 레아는 사나운 분위기에 눌려 저도 모르게 여우 귀의 변신을 풀고 말았다.
“감히 괘씸하게도, 원래부터 내 것이었으면서.”
그가 손끝으로 레아의 여우 귀를 어루만지며 그녀가 착용하고 있는 목줄의 펜던트를 짙게 응시했다.
그가 이 여우의 주인이라는 증표의 펜던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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