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약 결혼의 끝이 파멸일지라도 [선공개]

이 계약 결혼의 끝이 파멸일지라도

“그럼 하룻밤의 실수라고 해둘까요?”
꿈이라면 실로 지독한 꿈이었다.
카일은 두 주먹에 피가 맺힐 만큼 말아쥐었다.
윈터는 카일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 달콤하게 속삭였다.
신탁 속 나를 죽였던 남자에게.
“다들 짐승처럼 서로를 원하다가 해가 밝으면 이건 하룻밤의 실수라고 우기죠. 우리도 그렇게 하자는 거예요.”
카일은 대답 대신에 윈터의 몸을 힘으로 짓눌러 침대에 눕혔다.
***
“살아, 윈터 벨라.”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애달프게 웃었다.
절벽 끝에 매달려 있던 윈터는 자신의 심장소리를 들었다.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진귀한 보석을 선물 받았을 때도 충족되지 않던 마음이
지금은 존재감을 표하고 있었다.
그녀는 깨달았다.
아아.
우리의 반년짜리 계약 결혼은,
어느 한쪽을 파멸로 몰아넣게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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