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순간이라도 내게, 진심인 적이 있었어?”
아드리안 리체스터.
내 오랜 짝사랑 상대.
햇살처럼 따스한 금발, 다정다감한 그의 본성이 묻어나는 차분한 연녹색 눈동자.
여느 남자애들처럼 장난기가 묻어 있는 잘생긴 얼굴.
닿을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렸던 그 크고도 든든한 품.
“나, 아일라와 약혼해.”
원작 남주였던 그는 자연스럽게도 원작 여주인 아일라와 이어졌다.
그래서 하룻밤 실수로 아이를 임신한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완벽한 죽음을 가장하고 떠났다.
완벽한 계획이라 생각했다.
그가 5년 뒤 나를 찾아내기 전까지는.
***
“잡았다, 이샤.”
무심한 금안은 차게 식어 있다.
느릿한 시선은 내 얼굴에 들러붙는 것같이 끈적했다.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리안과 내 눈이 허공에서 맞물렸다.
당장이라도 이를 드러낼 것만 같은 포식자의 눈.
시선만으로도 잡아먹히는 것만 같아.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보는 눈빛이 왜 그래?”
그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리안의 눈가는 허기진 것처럼 붉었다.
그의 손끝이 내 팔목에 더욱 진득하게 파고든다. 마치 족쇄처럼.
피곤해 보이는 얼굴은 어딘가 퇴폐적이고도 도발적이다.
과거의 리안과 다르게.
“걱정하지 마. 넌 다시 날 사랑하게 될 거야. 더는 도망치지도 못하게 될 거고.”
내가 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으로 들은 건.
“이샤, 사랑해.”
광기에 젖은 사랑 고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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