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대신 남주와 결혼했다 [독점]

여주 대신 남주와 결혼했다

“난 네 약혼자와 바람난 게 아니라 운명이야. 이해하지?”
여주가 내 약혼자와 야반도주했다.
그것도 약혼식 당일에.
황당함도 잠시 남주가 나를 찾아왔다.
“계약 결혼을 위해 거르고 걸러서 고른 여자가 친구의 약혼자와 도망쳤더라고.”
“세상에, 저랑 똑같은 여자가 있네요.”
“그래서 그 친구에게 계약 결혼을 제의할까 해.”
가지런한 눈썹 아래 자리한 눈동자가 예리하게 빛났다.
“나와 결혼해 주겠나, 영애?”
……그게 나인 모양이다.
**
어차피 약혼자도 도망쳤으니 선택지도 없겠다, 남주와 함께 식장에 들어갔다.
여차하면 도망칠 생각으로 계약에 응했을 뿐인데.
“난 그대가 모두에게 귀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 거야.”
귓불로 내려온 손끝은 이내 매끈한 손톱으로 작은 귀걸이를 느릿하게 문질렀다.
쭈뼛, 가벼운 소름이 일었다.
“귀걸이, 그대에게 참 잘 어울려.”
귀걸이에는 그의 눈 색과 똑같은 보랏빛 보석이 박혀 있었다.
아무래도 이 계약 결혼, 뭔가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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