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리지우드. 그곳에서는 세실리아가 리온에게 함부로 다정했다.
제국 역사상 최악의 약물 사고로 무너져 내린 다지엘 백작가의 외동딸 세실리아.
남겨진 유산은 마녀라는 오욕과 날카로운 죄책감뿐.
사교계를 떠나 겨우 세상에 잊혀질 즈음.
한낱 광부의 아들에서 제국 최고의 재벌이 된 첫사랑, 리온 블레이크가 그녀를 찾아왔다.
스물 여섯, 제국의 수도. 이곳에서는 그가 그녀에게 함부로 다정하다.
"결혼하자고 말하러 왔어."
"미안... 지금 뭐라고 했지?"
"결혼. 어려운 단어가 아닐 텐데?"
푸른빛의 짙은 눈이 그녀를 꿰뚫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보았던 십 년 전 어느 날처럼, 이번에도 세실리아는 그의 눈빛을 해석하기 어려웠다.
다만, 그때도 지금도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하나.
그는 결코 그녀가 반갑지 않다.
* * *
리온은 한번도 들여다본 적 없는 그들의 결혼 사진을 바라보았다.
'너는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돼.'
끝없이 세실리아에게 처지를 상기시키고, 족쇄를 건 결과는 예견되어 있었다.
그녀의 목에 걸린 찬란한 녹색 보석이 한없이 무거워 보였다.
'그녀는 당신 곁이 가장 괴로운 사람이야.‘
리온의 입술 끝이 비스듬히 올라갔다.
어쩌지.
'그녀를 태워 죽일 셈이야?‘
나는 잿더미라도 상관 없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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