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지참금이 목숨이라고는 안 했잖아요 [독점]

결혼 지참금이 목숨이라고는 안 했잖아요

“그냥 안주인이라고 했나? 정정하지. 그녀는 허울뿐인 안주인이 될 거야.”
“아, 알아들었습니다. 아직 어리시니 충분히 받아들이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지.”
컬렌이 느긋하게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그의 입매가 살짝 비뚤어졌다.
“이제 돌아갈 곳이 없으니까.”
“…….”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위해 많은 돈을 지불했지, 안 그런가?”
‘중요한 건 공작가의 번영과 루이즈의 안전이야.’
그 순간, 라나를 떠올리고 느꼈던 미약한 가슴의 아픔이 잠잠해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정신을 흩뜨리는 모든 것에서 해방된 컬렌은 고저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라넬리아 번데일은 루이즈를 대신해서 죽어야 해.”
**
라넬리아는 숨을 헐떡이며 생각했다.
‘끝났다.’
몸이 찢어질 듯 아프고 괴로웠지만, 오로지 그 생각뿐이었다. 드디어 모든 게 끝났다고.
“이제 그만 저를 놔주세요, 공작님.”
“라넬리아.”
“공녀님은 이제 무사하잖아요. 저는 충분히 돈값을 치렀어요.”
“…….”
“그러니까, 제가 이혼하고 떠날 수 있게 해 주세요. 우리의 약속을 지켜 주세요.”
언제나 태양처럼 그를 비춰 주던 그녀가 사라졌다. 그래도 자신이 마련한 보금자리에서,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할 수 있는 한 컬렌은 견딜 수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사라졌다. 그 사실을 안 순간 그는 거의 미쳐 버렸다.
그때부터 컬렌의 세상에서는 해가 지지 않았다. 끔찍하게 긴 백야 속에서 결국 그는 무너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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