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살. 그 어린 나이에 징집된 전쟁에서 카르시아는 영웅이 되어 돌아왔다.
전쟁영웅에게 주어진 혜택은 제국의 황태자비가 되는 것.
단숨에 제국에서 제일 고귀한 여자가 된 카르시아는 이 영광이 영원할 줄 알았다.
적어도, 그녀의 남편이 오빠와 바람이 나기 전까지는.
그제야 카르시아는 알아챘다.
이 모든 것은, 순전한 농락에 불과했다는 것을.
***
“……어떻게.”
긴 침묵을 머금던 카르시아가 서서히 입을 열었다.
“어떻게…… 이러실 수가 있습니까?”
“…….”
“믿었습니다! 폐하를 믿어서…… 믿고 따라서, 이 앞에 서게 되어도, 그간의 충성과…… 해명을 곁들이면…… 그래도…… 그래도…….”
그가 카르시아의 턱을 살짝 들었다.
“말했지 않은가.”
나긋한 음성이 흐르듯 허공을 유영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
“그댈 가질 수 없었다고.”
***
카르시아의 마지막 기억은 참사였다.
그녀가 직접 자신을 등진 이들을 죽인 뒤, 제 배에 칼을 꽂아 넣었던 탓이었다.
그러나, 눈을 뜨자 그녀를 맞이한 건 스물 무렵의 제 자신이었다.
끝내 6년을 거스른 것이었다.
뻔한 감탄 없이, 그녀는 다짐했다.
반드시 이 제국을 무너뜨리겠다고.
그리하여, 그녀는 어느 빈민가로 향했다.
단 한 사람. 그녀가 전생에서 제 손으로 스스로 죽였던, 마지막 황자 ‘레오 벨고트’를 찾아내 제 마리오네트로 키우기 위하여.
차마 그 관계가 족쇄가 되어, 그녀의 발목을 옭아맬지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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