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전리품 취급하지 마십시오. 엄연한 그대의 남편입니다.”
패전국의 왕자는 볼모로 팔려 온 것치고 참 고고했다.
어차피 선전을 위한 정략혼. 사랑 없이도 원만하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그가 숨겨둔 애인의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내 비밀 전당포에 찾아오기 전까지는.
가발과 베일로 정체를 숨긴 내 앞에, 그는 반짝이는 것들을 우르르 쏟아냈다.
내가 준 결혼 패물이었다.
하, 이왕 이렇게 된 거, 낱낱이 밝혀주지.
맑고 청초한 얼굴, 그 뒤에 숨겨진 적나라한 민낯을.
***
“부인께서 당신을 남자로 안 보고 있는 것 같은가요?”
“어리고 순진한 소년 정도로 여길 거야. 본인은 나이 차가 크다고 생각하는 것 같으니.”
그의 말에 나는 당황해서 숨을 삼켰다.
아, 그러니까, 어리다고는 생각했지만 이성으로 의식을 안 한 건 아닌…….
왜 자꾸 귀밑이 홧홧하게 달아오를까.
“아내가 나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 죄책감이자 부채감인 게 싫어.”
그가 혼잣말로 자조했다.
“나도 사내야. 아내에게 몹시 끌려. 나조차도 버거울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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