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나."]
겨우 읽어 낸 굵은 입술은 그녀를 향한 같잖은 안타까움 정도만을 표현하고 있었다.
["공주가 내게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말이야-."]
음험하게 내뱉는 그의 간악한 미소가 사라진 직후였다.
카딘이 크고 굵은 팔뚝으로 로즈를 홱- 감아 안아 제 품으로 끌어오더니,
그녀의 희고 가는 목선에 활촉을 박아 넣기 직전의 자세를 취했다.
'뭐 하는 거야?'
단숨에 호흡을 집어삼킨 로즈의 눈동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한 번 도망쳤다고 정말 죽이기라도 할 작정인가?'
로즈는 입 안을 잔뜩 깨물고, 그를 똑똑히 올려다봤다.
조금만 힘을 주어도 부러질 것만 같은 목, 화살이 들어온대도 한 치의 흔들림이 없을 에메랄드빛 눈을, 카딘은 냉소적으로 응시했다.
곧이어 그의 얼굴이 로즈의 목덜미 쪽으로 다가와 속삭이듯 말을 이었다.
["내 목을 치거나, 심장을 꿰뚫는 것뿐인데."]
그의 더운 숨결이 살벌하게도 불어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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