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동생을 죽인 푸른 눈의 괴물,
테헤르의 군주 카이사르 라키오.
라소우 족장의 딸 아리샤는
온실 속 붉은 꽃을 피워 내라는
잔혹한 괴물의 협박과도 같은 명령에
감히 조건을 내걸었다.
“꽃이 피기 전까지는, 저를 매일 품어주세요.”
일순간 잔혹하던 수컷의 눈빛이 한껏 흥미로워졌다.
***
드디어 꽃봉오리가 터질 듯 부풀던 밤.
카이사르의 온실은 완전히 불타버렸고,
채 피지 못한 꽃의 잔해는 지독하고 매캐한 향을 내뿜었다.
아리샤의 짓이었다.
***
정신이 혼미한 여자에게 남자는 고조없이 서늘하게 물었다.
“대체 왜 그랬지?”
“당신을 미치게 만드는 거, 그게 바로 내 목표였거든.”
순간 카이사르의 눈빛이 돌았고,
아리샤의 무구한 눈동자에는 알 수 없는 자조가 지나갔다.
…부디 날, 미워해요.
차마 해 주지 못했던 말이 그녀의 울음 끝에서 뭉개졌다.
그리고 우리,
서로를 절대 용서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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