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 달이 뜨는 나라

구슬 달이 뜨는 나라 완결

<구슬 달이 뜨는 나라> 흐드러진 수억 송이의 저 도화가 피고 지고, 또다시 피어나듯…….

정처 없이 발을 옮기다 요괴가 자주 출몰하는 도요곡에 이른 주월국의 태자 월광은 죽은 어미의 모습으로 변신한 요괴에게 붙들려 치명상을 입는다. 때마침 나타난 소녀, 은령이 간신히 요괴의 손아귀에서 그를 구출해 내지만, 생명이 위태로운 건 매한가지였다. 이에 은령은 의원을 불러오기 위해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소녀, 이웃 나라의 화리 공주에게 잠시만 그를 지켜봐 달라 부탁하고 마을로 떠난다. 하나 그때는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 순간부터 세 사람이 지독한 엇갈림의 고리에 묶일 것이라고는…….

▶잠깐 맛보기

“그대는! 도대체 생각이 있는 것이오?”

멀거니 월광을 바라보던 은령이 스르르 고개를 숙였다. 답답한지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던 월광이 화가 난 듯 소리를 쳤다.

“아바마마께 외간 남자와 사통을 하였다 그리 고하려던 참이오? 하! 그 한마디로 그대 가문이 어찌 될지 생각은 해 본 것이오?”

“하오나 이대로 이 국혼을 진행시킬 수는 없지 않사옵니까…….”

조용한 은령의 대답에 월광의 미간이 더욱 좁혀졌다.

“그리 말하는 것을 보니 그대의 죄를 인정한다는 뜻이오?”

아니라 하면 믿어 주시겠습니까? 차마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들어올 때도 제멋대로, 나갈 때도 제멋대로라니……. 한시라도 빨리 내 곁에서 달아나기 위해 안달이 난 사람 같군.”

“……송구합니다.”

“송구할 것 없소! 아주 시원하니 잘됐으니까!”

“…….”

“아, 혹시나 하여 하는 말인데, 오해는 하지 마시오. 그대 때문이 아니라 그대 아버지 태사를 생각하여 이번 일을 묻는 것이니. 사가로 돌아가서도 그 일에 대해서는 입도 벙긋해서는 아니 될 것이오.”

차갑게 한마디 내뱉은 월광이 다시 뒤돌아서 휘적휘적 걸어 나갔다. 멀어져 가는 태자를 한참 동안이나 보던 은령의 눈에서 결국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굴러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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