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잘 알고, 그러면서도 쓰고 버려도 죄책감이 들지 않고. 또 그러면서도 내 도움이 절실한 사람. 그게 너잖아.”
그런 개소리와 함께 그가 제안한 것은 2년의 계약 결혼.
가난한 영지, 무거운 책임감, 아득한 미래.
그것들을 생각하자면, 오히려 고맙기까지 한 개소리 아니던가.
그렇게 르네는 기꺼이 빌어먹을 첫사랑의 계약 아내가 되어주었다.
약 2년 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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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연장은 됐어. 새 출발 할 사람에게 뭘 굳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입꼬리를 비틀어 올린 알렉산드르가 가만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새 출발…….
그녀가 내뱉은 단어를 곱씹듯이 중얼거리던 그가 불쾌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이혼하고 대체 뭘 하시려고?”
“나도 이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보고 싶어. 여행도 가고, 불같은 연애도 하고. 아!”
찌푸려지는 알렉산드르의 미간을 보던 르네는 신경질적으로 웃으며 덧붙였다.
“가짜 남편과는 해본 적 없던 잠자리도 아주 난잡하게 해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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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서로의 모습을 마주 볼 수 있도록,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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