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에서 제 목숨을 구해 준 여자입니다.
현명한 당신이라면, 생명의 은인을 잘 대해 주리라 믿습니다.”
매너 좋은 엘리엇과 사랑하는 부부 사이는 못 되더라도,
서로 존중하고 아끼는 이상적인 부부가 될 수 있으리라 착각했다.
신혼 한 달 만에 전장으로 끌려 나간 그가
어여쁜 이국의 여자를 데려오기 전까지는.
철저히 혼자가 되어 후작저에서 쫓겨난 날.
아카데미 재학 시절 몇 번 마주친 게 전부인 선배의 부관이 그녀를 찾아왔다.
“가르시아 대공 각하의 보좌관이 되어 주십시오.”
광활한 서부를 다스리는 대공이자 대마법사인 아미르 가르시아.
모든 걸 잃어버린 그녀가 새로이 섬기게 된 주군.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호의나 애정은 무서웠지만,
……정당한 대가라면 받아도 되지 않을까.
***
“엘리엇을, 좋아했어요. 꽤 오랫동안.”
너덜너덜해진 짝사랑을 털어놓으며,
레티시아는 부끄럽다는 듯 아미르의 가슴에 그대로 얼굴을 파묻었다.
그의 속이 얼마나 타들어 가는 줄도 모르고.
“……걔 껍데기가 그럴듯해서?”
“물론 잘생겨서도 그랬겠지만…….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이 좋았던 것 같아요.”
“걘 신중한 게 아니라 무뚝뚝하고 재수 없는 거야. 후배님, 아직 나쁜 남자에 대한 환상을 가진 나이여서 그렇겠지만 남자는 다정하고 상냥한 게 최고랍니다.”
그 다정함이 오직 저 한 사람만을 위한 것임을 알게 되었을 때.
벽을 쌓은 레티시아의 마음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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