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은 신중하게

고백은 신중하게

레오나드 클라인이 이번에도 시험 잘 볼 것 같은데, 고백해서 멘탈 박살 내버릴까.
***
기껏 후원을 받아 아카데미에 입학했는데, 모든 게 완벽한 동급생에게 수석을 번번이 빼앗겼다.
남의 속 실컷 뒤집어 놓고서도 해맑은 수석 놈이 얄미워서, 매번 2등만 하는 내 처지가 서러워서. 그래서 그놈 멘탈 헤집어 놓을 생각으로 진심도 아닌 고백을 했을 뿐이었다.
정말 그뿐이었는데… 대체 왜 수석 놈이 충격을 받는 게 아니라 얼굴을 붉히는 거지?
***
“하아, 나 너 좋아해….”
됐어. 아무 일 아니니까 돌아가.
“……?”
잠깐, 내가 방금 무슨 소리를 한 거지? 입에서 나오면 안 될 말이 나온 것 같은데?
나는 무심코 튀어나온 말에 입을 틀어막았다.
망할, 말이 헛나왔어! 며칠 내내 이 생각만 했더니 그만!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키면서도 그의 반응이 어떤지 보기 위해 고개를 들자 레오나드의 하얀 얼굴이 곧 터질 듯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정말, 정말이야…?”
“어, 어?”
“내가 좋다고?”
내가 멍청한 신음을 흘리는 사이, 레오나드가 내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와 내 손을 꽉 붙잡았다. 그러고는 기쁨에 젖은 목소리로 한숨 같은 말을 내뱉었다.
“정말 기뻐, 레이븐.”
그리곤 황홀하다는 것처럼, 보라색 눈을 활처럼 부드럽게 휘었다. 어디선가 불안함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설마 이 자식, 나 좋아하나?
“그럼 우리 이제부터 사귀는 거지?”
이래서 고백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 
설령 그게 수석을 쟁취하기 위한 거짓 고백이라고 해도 말이다.
제기랄, 나 수석 할 수 있는 거 맞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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