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게 깨달아서 미안해요 [독점]

너무 늦게 깨달아서 미안해요

카일런은 유리스의 빛이었고, 유년 시절 그 자체였다.
그녀는 그를 너무 좋아해서 그가 없는 미래를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갑자기 자신을 밀어낸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이 힘들었다.
“나, 이달 말에 결혼해. 그러니 더 이상 날 찾지 마. 마지막으로 부탁하지.”
건조한 음성에서는 그 어떤 감정도 찾아볼 수 없었다.
미움도 없었다. 그저 심심한 뉴스거리를 전달하듯 차분한 음성일 뿐이었다.
***
상실감에 젖은 유리스는 정략결혼 상대인 체인트를 사랑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변함없는 고목처럼 아내를 사랑했다.
유리스가 소꿉친구에게서 받은 상처로 아파해도, 악몽 속에서 카일런의 이름을 불러도, 단 한번도 사랑한다고 속삭여 주지 않아도.
갑자기 일어난 전쟁이 모든 것을 앗아가기 전까지는 그랬다.
남편은 시신으로 돌아왔고, 부모님은 돌아가셨으며, 사랑하는 모국은 잿더미가 되었다.
그리고 유리스는 짙은 후회 속에서 죽었다.
그런 줄 알고 눈을 떴다. 지극히 평화로운 8년 전의 어느 봄날에.
“유리스, 아직도 자?”
카일런이 다정했던 시절, 하지만 이젠 의미 없는 일이었다.
‘왜 과거로 돌아왔는지는 몰라도, 반드시 전쟁을 막을 거야.’
그리고…….
‘내 남편, 체인트가 살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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