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봤자 부서질 뿐 [독점]

울어봤자 부서질 뿐 완결

패전으로 적군의 총사령관에게 사로잡혀 끌려갔다.
왕녀이자 신탁을 받은 아렌시아의 고귀한 빛이었어도, 그의 전리품으로 전락할 뿐이었다.
헬란의 전신, 얼굴 없는 살육자.
아무렇지 않게 저를 농락하는 그와 매일 밤 잠들어야 했다.
신탁도 그에게는 허상에 불과했다.
“신께 기도라도 해봐. 들어주실지 모르지.”
제 친구를 제 손으로 쏘아 죽이길 바라는 사람이었다. 
비로소 곁에 아무도 없게 되었다. 완전히 망가졌다.
그가 바라는 대로.
숨을 쉬기 위해 도망쳤다.
***
뒤를 돌 틈도 없이 그가 어깨를 강하게 끌어당겼다.
저항해도 그는 꽉 끌어안고 놔주지 않았다.
머리 위로 떨어지는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배어있었다.
“내가 널 어떻게 찾았는데.”
혐오와 증오로 얼룩진 눈으로 노려봐도 그는 저를 놓아주지 않는다.
원망일지 아니면 무엇 때문인지 습기가 눈에 차올랐다.
아랑곳하지 않은 그가 뺨을 감쌌다.
천이 치워진 그의 눈빛은 적나라한 집착으로 크게 일렁였다.
“지옥까지 널 놓아줄 생각 없어, 테리스.”
분명 그는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악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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