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황후가 될 거야. 네 목을 치고서.”
완벽한 황후가 되기 위해 살아왔다. 제 미래를 의심해 본 적도 없었다.
어느 날, 정혼자에게 만나는 여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되기 전까진.
“사실 여긴 책 속 세계야. 난 다른 세계에서 왔어.”
그녀의 정체는 이세계의 악녀였다.
아리스티의 모든 것을 빼앗겠다고 당당하게 선포하는 악랄한 악녀.
그에 맞서기 위해선, 말 그대로 미친개가 되어야 했다.
“배우자가 남다른 성적 취향을 가져도 결혼 성립엔 문제가 없나요?”
“그게 대체 무슨 소립니까?”
“황제 폐하는 남색가라고요!”
신성한 국혼에서 터져 나온 폭로에, 도처에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제국의 역사에 전무후무한 결혼 스캔들이 오점처럼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
“몇 번을, 몇 년을 다가가도 그대는 감정을 나눠 주지 않았어!”
“내가 끝내 포기할 때까지, 언제나 예비 황후로서 영혼 없는 모습만을……!”
다가왔다고? 언제? 감정을? 그건 단지 내가 정혼자라서잖아.
당신이 선택한 사람은 내가 아닌…….
“나는 언제나 진심이었어!”
“폐하…….”
“포기한 후조차! 나의 황후는 그대밖에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단 말이다!”
칼리드는 제 사랑을 죽이기 위해 몸부림쳤던 시절을 떠올리며 손을 내렸다.
감춰졌던 눈동자가 드러나자, 아리스티의 심장이 쿵 떨어졌다.
난생처음 감정을 폭발시킨 칼리드의 금안은 녹아서 흐를 것처럼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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