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인 약탈혼에 관하여 [독점]

낭만적인 약탈혼에 관하여

나는 약탈당했다. 내 남편을 죽인 남자에게. 
나를 학대하던 남편이 황제가 보낸 처형인의 손에 죽던 날 밤. 
바로 그 처형인, 드레이크 공작이 나를 납치했다. 
“나와 혼인해, 테레브론의 왕비. 아니, 바네사 로엔그린.” 
자신의 성에 날 가둔 그가 요구해 온 것은, 다름 아닌 그와의 혼인.
망국의 왕비인 나와 결혼하겠다니, 제정신으로는 안 보였다.
그래도 일단 살아남아야 하니 승낙하는 척하고, 그가 방심한 사이에 도망치려 했는데…
“또 나를 배신하려고? 어림도 없어. 넌 절대 내게서 못 벗어나. 두 번 다시는.” 
그는 세상 끝까지 쫓아올 기세로 나를 옭아맸다. 지독히 굶주린 눈으로 응시하며, 전부터 나를 알고 있었던 듯이 이야기하며.
“공작, 우리 전에 만난 적이 있던가?” 
“잘 생각해 봐. 네가 기억해 내도 달라질 건 없지만.” 
이따금 애증 어린 눈을 하는 이 남자는, 대체 누구일까. 
나를 구원하고 망가뜨리려 하는, 나의 약탈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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