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치기에게 남주를 구원하라 하시면 외전 [단행본]

소매치기에게 남주를 구원하라 하시면 외전

뒷골목의 소매치기 시엘로는
빚을 갚아 자유의 몸이 되기 위해 마지막 의뢰를 받는다.
시간을 돌릴 수 있는 황궁의 정령과 계약까지 했는데…….
“3억 골드. 이 정도면 네 의뢰인을 향한 대단한 의리. 포기할 수 있겠나?”
넵. 당장 도장 찍겠습니다.
황실이든, 식민지 독립 세력이든. 소매치기가 알 바인가요?
돈 많이 주는 사람이 내 의뢰인이지!
그렇게 의뢰인을 갈아탄 것까진 좋았는데,
일이 이상하게 꼬여 버렸다.
“계속해 봐라. 네 헛소리는 보통 유별난 것이 아니라,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구나.”
세상 모든 것에 무감했던 남자가 시엘로에게만 반응한다.
“그리 입방정을 떨어 놓고 도망치겠단 거지. 응?”
아니, 원하시는 대로 협조하겠다니까요.
“완벽한 통제. 이게 내 방식이란다.”
원하시는 게, 협조가…… 아닌가?
* * *
“저 보시는 거, 저랑 닿는 거. 다 싫어하시잖아요. 그냥 처음부터 기대하게 하지 마세요. 전 그게 제일 힘드니까.”
시엘로가 입술을 깨물었다. 시엘로의 표정을 확인한 에스트리발이 조롱처럼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네가 내게 기대하고 싶지 않다고 하니, 아주 정확히 말해 주마. 미안하지만 너를 모욕하는 가장 지저분하고 추악한 존재는 나다.”
“공작님!”
“참으로 우습지 않느냐. 머릿속은 여전히 네가 없는 곳에서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방탕하게 들끓는데.”
시엘로는 깨달았다.
그는 자신을 원한다.
그의 철저한 금욕은 기실 신도 얼굴을 붉힐 지독한 음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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