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자책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KPIPA)의 〈2023년 전자책 제작 지원 사업〉선정작입니다.
문 너머, 세상의 바깥
공기가 검게 물들어가는 시간, 한서정은 캄캄해진 길을 걷는다. 최고급 리조트 솔라즈를 외부와 구분 짓는 측백나무 숲 한구석으로 향한다. 좁디좁은 수풀 사이를 파고들어 어딘가 음산해 보이는 문 앞에 선다. 머뭇거리던 한서정은 이윽고 그 문을 열고 들어선다. 어두운 복도를 지나 깊은 지하로 내려가자 눈앞에 육성급 호텔처럼 화려한 공간이 펼쳐진다.
그곳은 하인학교. ‘세상의 바깥’이라 불리는 곳. 하인처럼 살아온 이들을 주인으로 만들어주는 곳. 돌아갈 곳이 없는 한서정은 하인학교에 입학한다.
거짓된 삶, 새로운 세상
한서정의 삶은 다난했다. 부유했던 집안은 한순간에 망했고, 허름한 동네를 전전하다 유일한 가족인 아빠를 잃었다. 이후 수년간 과거를 숨기고 명문대생으로,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았지만 그 거짓된 삶마저도 모조리 무너졌다. 사기와 횡령 그리고 살인 혐의를 받게 된 것. 두려움에 휩싸인 한서정을 이끈 건 어릴 적 친구 이진욱이었다. 그는 말했다. 끝이 아닌 곳,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그곳으로 가라고. 그렇게 한서정은 하인학교를 찾아갔다.
하인으로 들어가 주인이 된다. 오직 일 등만 살아남는다.
지하에서 고공으로, 어둠에서 빛으로
하인학교의 수업은 특별하다. 학생들은 재벌인 타깃의 심리부터 비밀까지 전방위로 분석하고 타깃이 운영하는 기업의 모든 정보를 섭렵한다. 잠도, 밥도, 웃음도 사치에 불과하다. 차마 교육이라 부를 수 없는 가학적인 방식까지 동원되고 뒤처진 학생들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다. 그런 잔혹한 과정을 견뎌낸 단 한 명의 학생만이 졸업해 재벌이 될 기회를 얻는다.
한서정은 나날이 자신의 내면을 부숴가며 견딘다. 그사이 처음으로 마음을 터놓았던 강유진이 사라진다. 그리고 이진욱이 교장 정이화의 심복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욕망의 끝, 거대한 힘의 실체
교장실에 숨어든 한서정은 곧바로 누군가에게 들킨다. 전금희. 하인학교 차기 이사장으로 거론되는, 모든 것을 짓밟고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선 졸업생이다. 한서정은 자신을 보며 제 과거를 보는 것 같다고 말하는 전금희에게 어딘가 꺼림칙한 감정을 느낀다. 한서정에게 호기심이 생긴 전금희는 교장실 한쪽에 숨겨진 벽 속 방의 문을 열어 한서정을 들여보낸다. 그곳에서 한서정은 하인학교의 비밀을 마주한다.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던 이들을 정말 재벌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하인학교에 숨겨진 힘의 실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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