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지안은 [결혼해요] 자판기였다.
누르기만 하면 ‘결혼해요.’ 소리가 막 나온다. 이러다간 자다가도 결혼하자는 소리가 환청처럼 울리겠다.
좌천되어 지방으로 발령 난 윤재현 검사 앞에 한때 과외 학생이었던 설지안이 찾아왔다.
“결혼해 주면, 안 만질게요.”
안 만진다고?
꼴통도 버거운데 설지안은 맹탕이었다.
그가 아무리 남자로 안 보여도 그렇지. 결혼이 뭔지도 모르고 덤비다니.
남녀상열지사에 깔끔한 게 어딨다고.
아무 사이가 아니어도 한집에 살다 보면 불붙는 건 한순간일 텐데. 더 탈 것도 없이.
“5분 줄게. 설득해 봐.”
“…….”
“내가 설지안과 결혼하면 무슨 이득이 있는지.”
내뱉을 수 없는 말을 입술에 가득 물고 있는 듯 지안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그 모습이 재현의 눈에는 할 말을 찾지 못해 입술이 바싹 탄 것처럼 보였다.
“복귀요.”
우왕좌왕하지 않고 서두름 없이 지안은 마치 준비된 것처럼 차분하게 말했다. 내 새장의 열쇠가 되어 달라고.
“중앙지검 특수부로.”
순간 완벽한 청혼처럼 들렸다. 거부할 수 없는, 거부해서도 안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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