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파 [독점]

난파

“엮이고 싶을 리가요. 조부의 애인인 데다 사촌 형과도 붙어먹는 여자인데.”
재벌가의 일원이자 성공한 사업가인 한도건.
조부의 중환 소식을 듣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의 앞에
2년 전의 그 여자가 다시 나타난다.
“정재연 씨는, 내가 우습나?”
정재연에 대한 첫인상은 그때도 지금도 다르지 않다.
천박하고 불쾌한 여자.
그를 탐색하고, 재 보고, 끊임없이 시험하는.
“정재연 씨는 자기 인생이 부끄럽지 않습니까?”
“사랑해서 하는 일인데 뭐가 부끄러워요.”
엮일 이유도, 엮일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 여자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의심이 들기 전까지는.
그녀의 사적인 순간들을 목격하기 전까지는.
“정재연, 당신 대체 이곳에 들어온 목적이 뭐야.”
의심은 호기심이, 호기심은 흥미가 되었다.
그리고 끝내는 갈망이 되었다.
“이만 가세요. 한도건 씨는 내 계획에 없거든요.”
어떤 배는 오랫동안 버려진 섬의 건너편으로 향한다.
어느 예기치 못한 순간에 파도를 만나
기꺼이 난파되기 위해.
일러스트 ⓒ 박캐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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