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랑 해요, 결혼.”
약혼식을 앞두고 도망간 언니 대신 결혼하겠다고 스위트룸으로 찾아온 여자, 이서은.
“그만 나가. 결혼이 뭔지도 모르는 애송이가 하는 말 따위나 듣자고 내 귀한 시간 낭비하기 싫으니까.”
스물셋, 어린 여자를 상대하고픈 생각이 희건은 전혀 없었다.
서은이 당돌하게 나오기 전까지는.
“집안끼리 맞춰서 만나고, 부부 흉내 내면서 사는 게 이 바닥 결혼이잖아요. 그런 건 얼마든지 잘할 수 있어요.”
“내가 생각하는 결혼과 이서은 씨가 생각하는 결혼 사이에 괴리가 너무 큰 것 같은데.”
하얗게 질리는 얼굴을 기함하게 만들고 싶었다.
“밤낮없이 붙어먹는 거, 그게 결혼이야.”
이쯤되면 포기하고 가겠거니 생각했는데.
“붙어먹으면, 되잖아요.”
더듬더듬 내뱉는 떨리는 목소리에 다리 사이가 뻐근해졌다.
어린애를 상대로 어쩌자고.
난감한 희건의 상황도 모르고 서은은 또 당돌하게 한 마디 내뱉었다.
“지금부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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