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 아이는 없어요.”
서하는 억누르고 있던 숨을 터트리듯 말했다.
“우리 사이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단 뜻이에요.”
이로써 권도현과 자신이 부부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도 없게 되었다.
우린 오직 아이로 인해 억지로 맺어진 관계였으니까.
“이사님도 마지못해 선택한 결혼이겠지만…….”
“저 역시 이런 결혼은 바란 적 없어요.”
사랑 없이 책임감으로만 진행된 결혼.
온 세상 사람들이 비웃었던 결혼.
완벽한 그를 낭떠러지 끝으로 몰아세운 결혼.
이런 결혼은……, 결코 바란 적이 없었다.
서하는 떨려오는 눈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저 이사님 이제 안 좋아해요.”
“저도 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사님 곁에 남아 있었던 거예요.”
그에게 알려줘야 했다.
저에겐 그에 대한 사랑이 조금도 남지 않았음을.
저 역시 그와 똑같은 이유로 여태껏 곁에 있었음을.
“그러니 이젠 저 그만 놓아주세요.”
“여기서 끝내요. 우리.”
그리고 그는 절대 몰라야 했다.
당신에겐 하룻밤의 실수일 뿐이었던 아이가,
당신이 그토록 원망했던 우리의 아이가…….
아직 내 안에서 살아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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