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가 점점 느네. 하마터면 나도 깜빡 속을 뻔했어. 죽은 동생이 살아서 돌아온 줄 알고.”
10년 전 죽은 동생 차소희를 연기하는 민설아.
“칭찬 감사합니다.”
무원은 여자를 경멸했다.
돈이면 죽은 사람 흉내도 내는 천박함.
저를 오빠라고 부르는 가증스러운 얼굴.
“칭찬 아니고 선 넘지 말라는 경고야. 특히 그 오빠 소리 역겨우니까.”
“주의하겠습니다.”
어떤 모진 말을 들어도 여자의 눈에는 작은 파동도 일지 않았다.
잔잔한 심연에 거친 풍랑을 맞는 쪽은 언제나 무원이었다.
“이연화한테 얼마 받아요?”
무원이 그런 여자를 이용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하나였다.
“그냥 궁금해서. 얼마나 받길래 해고를 한다고 해도 입도 못 떼는지.”
“꽤 많이 받습니다.”
“그럼 내가 더 많이 주면 내 일도 한다는 건가?”
버리기 쉬우니까.
조용히 미끼로 제 역할을 하다가 1년 후면 사라지게 될 여자.
낡은 신발처럼 버리면 되는 존재.
“대신 이번엔 차소희가 아닌 차무원의 아내 민설아야.”
“할게요.”
하지만 민설아라는 미끼에 걸린 건 차무원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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