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뚫릴라, 애기야.’
지독한 열병을 안겨 줬던 남자가 돌아왔다.
서강현.
그는 소이의 첫사랑이자 이루지 못한 짝사랑의 주인공이었다.
소이는 다짐했다.
5년 전 겪은 실연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시는.
“우리 소이.”
“…….”
“오빠 되게 보고 싶었나 봐.”
다정하고 나른한 얼굴로.
“이렇게 야한 눈으로 바라보면 아무리 덜떨어진 새끼라도 눈치챌 수밖에 없잖아.”
제 마음을 무참히 짓밟은 남자를 좋아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운명의 장난일까.
새로운 맞선 상대의 얼굴이 지나치게 익숙했다.
“우리 사이에 결혼?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서강현에게 여자는 한 가지로 정의됐다.
수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원하는 거 생각해 둬.”
“…….”
“애기한테도 득 될 만한 게 있어야지 이 결혼에 구미가 당기지 않겠어?”
남자는 돌아온 이유를 포장하지 않았다.
5년 전처럼 목적이 생겼다는 것.
“회유와 협박이 통하지 않으면 별수 없지.”
“…….”
“개처럼 끌고 가는 수밖에.”
곡선을 그린 입과 달리 남자의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낯설지 않은 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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