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다지오[단행본]

아다지오

뽀얗고 자그마한 얼굴로 문을 열고 나오는 지완을 보니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품에 안고 싶다는 열망이 들끓어 올랐다.
“대표님, 여기까지 무슨 일로…….”
“아닙니다. 그냥 지완 씨 보고 싶어서 왔습니다. 원래는 주차장으로 가야 하는데 내 발이 저절로 여기로 오더군요.”
형준의 담백한 고백에 도리어 놀란 사람은 지완이었다.
단번에 두 눈이 동그래졌다.
“여기서 그런 얘기를 하면 어떻게 해요. 그것도 회계팀 직원들이 지나다니는 복도에서요. 이쪽으로…….”
형준은 지완의 손에 잡힌 채로 엉겁결에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제 손을 잔뜩 그러쥐고 있는 지완의 손에 시선이 닿았을 때 문득 묘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의 큰 손이 지완의 가느다랗고 자그마한 손안에 잡혀 있다는 것이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복도 끝에 다다르자 지완은 걸음을 멈추었다.
“미안합니다.”
제 손을 놓으려 하는 지완의 손을 끌어다가 쥐고는 제대로 사과부터 했다.
얼마 전부터 지완에게 의도치 않게 잘못하는 일이 있다면 무조건 제대로 사과하기로 굳게 마음먹었었다.
“미안하긴요. 복도라 유난히 직원들이 자주 오가서 제가 좀 예민하게 군 것 같아요.”
“참, 최대한 빨리 약혼 발표를 해야겠습니다.”
“그럼 가짜로 약혼하자는 제 제안을 받아들이시는 거예요?”
“가짜가 진짜가 될 수도 있는 거니까……. 좋습니다. 우리 두 사람 곧 약혼하겠다고 공표하겠습니다. 나한테 뭐 더 할 말은 없습니까?”
“없어요. 가짜라도 약혼 발표를 한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너무 이상하기는 해요.”
“이상합니까?”
형준은 지완과 약혼 발표할 생각을 하니 지완처럼 이상한 걸 넘어서 몹시 흥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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