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이 박복한 년아!’
구름 한 점 없는 쨍쨍한 여름 날씨,
외할머니의 불길한 목소리가 유독 쟁쟁 울리던 어느 날.
가진 복 하나 없이, 도화살만을 지니고 태어났다는 고미는
제가 일하는 태산 그룹 저택, ‘청운재’의 마당에서
끈적끈적한 검은 타르 같은 남자를 만난다.
바로 태산 그룹의 차손, 장태건을.
자신의 이복형을 구치소에 처넣은 남자.
약혼녀를 몇 명이나 갈아치운 남자.
조카에게 일말의 애정도 없는 남자.
“구면이네요, 우리.”
그를 가리키는 말도 안 되는 수식어들이 고미에게 경고하고 있었다.
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
“입술은 닦고 나가. 잔뜩 젖었으니까.”
이런 건 부적절했다. 부도덕했다.
“저를 오해하고 계셨잖아요. 내연 관계라고.”
“이복형 구치소에 갖다 박은 사람에게 무슨 도덕성을 바라고 그래요.”
남자가 질 낮게 웃었다. 전례 없던 재앙이 고미에게 떨어져 버렸다.
한순간의 욕심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휘말렸다.
그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그리고 출생부터 타고난 이 박복함은, 역시나 고미를 배신하지 않았다.
감당 못 할 무언가가 밀려들어 한없이 울렁거렸다.
이 감정의 이름을 안다. 비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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