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 같은 날이었다.
지치지도 않고 쏟아지던 비가 폭포처럼 쏟아지던 6월의 어느 날, 여름은 정원을 만났다.
소년은 버려진 이방인 같았고, 금방이라도 하늘의 구름처럼 어딘가로 사라질 것만 같았다. 여름이 정원의 손을 잡은 건 그래서였다.
그렇게 소년은 소녀를 눈에 담고 마음을 열었다.
마음은 욕심이 되고, 욕심은 욕망이 되었다.
둘에게 찾아온 비극 앞, 정원에겐 너무나 당연했던 선택을 여름은 견디지 못했고 그는 먼 미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7년.
어른이 된 여름의 삶은 더 이상 반짝이지 않았다. 빈곤하고 메말라 늘 퍼석거렸다. 그런 여름의 눈앞에 정원이 나타났다.
“담당자는 이여름 씨가 맡는 거죠?”
“다음에 하세요. 그 약속.”
“아마 얘는 내 얘기가 더 궁금할 겁니다.”
시간은 참 희한했다.
언제나 흔들리고 물러섰던 건 정원이었는데, 완벽하게 뒤바뀌어 버렸다.
“내가 버린 걸 네가 주웠잖아.”
그녀의 턱을 감싼 정원의 커다란 손바닥과 입술을 내리누르는 긴 손가락이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뜨거워 여름의 몸까지 타오르는 듯했다.
“그래서 그 시작, 다시 하려고.”
환멸과 공허함만 가득하던 정원의 삶에 이여름이 처음이었다.
그 환멸과 공허함을 빗겨간 인간은.
그러니 이 집착도, 갈증도 모두 당연한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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