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성 그룹 모국환 회장의 사생아 손녀, 모하얀.
그녀가 권정섭에게 바란 것은 자그마한 호의, 그것뿐이었다.
“저 사람이랑 같이 왔어요.”
“아니, 난 못 보던 얼굴인데.”
그런데 그에겐 그게 어려웠나 보다.
매정하게 자신을 외면한 정섭 때문에 비참하게 자리를 떠난 하얀은 그와 다시는 만날 일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하얀이 이곳을 벗어날 방법은 결혼뿐이었고, 그녀는 정섭을 도피처로 택하고 말았다.
***
“어디서든 납작 엎드리는 걸 제일 잘한다고요, 모하얀 씨?”
저런 소리는 또 어디서 들었는지.
“그러면 나한테는 더욱 납작 엎드려야겠죠?”
도무지 다정하지 않은, 어쩌면 퉁명스럽게 들리는 타박에 하얀은 대답할 기분이 아니어서 잠자코 침묵했다.
대신에 정신없이 옅은 숨을 몰아쉬며 그의 눈을 빤히 올려다보았다.
“이게 우리 거래의 핵심 아닌가?”
잠시 멈춘 정섭이 피식, 웃었다.
“기꺼이 감수해야죠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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