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승그룹 후계자 서도빈의 숨겨진 연인, 정다예.
그가 웃으라면 웃고 오라면 왔던 충실한 그의 인형이었다.
그러나 도빈의 추악한 이면을 마주한 그 밤.
공포와 혐오에 갇힌 다예 앞에 구원처럼 나타난 한 사람.
“이제는 괜찮아. 내가 왔으니까.”
그녀의 어린 시절 한 귀퉁이를 따뜻하게 물들였던 아이.
어느덧 훌쩍 자란 은호가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내가 너의 손을 잡아도 될까. 세상이 우리를 손가락질하고 널 아프게 하면 어쩌지.
불안해하는 그녀의 귓가로 흔들림 없는 은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난 후회하지 않아.”
날 기다리는 게 파멸뿐이라도 기꺼이 널 가질 거야.
음습한 속엣말을 삼킨 은호의 눈동자에 광기가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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