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번복하면 상무님을 더 괴롭히게 되는 거겠죠?”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생각에 태오는 잠시 말을 잃었다.
“물어도 얘기해 주지 않을 거고요?”
“불쾌하기만 할 거야.”
그러니 아무것도 말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깃든 답이었다. 효원은 아랫입술을 앞니로 꾹 눌러 물고는 생각에 잠겼다.
마치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왔다는 듯이 길길이 날뛰던 최인주의 일그러진 얼굴이, 광기가 번득이던 그 매서운 눈초리가 감은 시야를 덮쳐 왔다.
아무렇지 않다면 거짓말일 테다. 그때도, 지금도 똑같이 무섭기만 하니까.
그래서 함부로 함께 이겨 내자고, 곁에 있겠다고 조를 수 없었다. 사실 여부가 불확실한 ‘다른 여자’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가뜩이나 복잡한 사고를 이런저런 문제들이 엉망으로 헝클어뜨렸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서로에게 온건한 답은 유일하다는 걸 효원은 이미 알았다.
태오를 위해,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이 이혼이라는 것.
이국에서의 선언이 헛되지 않도록, 알아도 인정하기 싫은 그 답을 이제는 입 밖으로 내어야 했다.
“……그만 해요, 우리.”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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