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게 물들다 [독점]

짙게 물들다

“리아야.”
쌍꺼풀 진 깊은 눈매, 검은색이 아닌 회색빛이 도는 동공이 빛나자 리아는 그 안에 든 광기밖에 보이지 않았다.
“봐.”
서늘하지만 부드러운 저음에 리아는 그 순간만큼은 그가 자신이 알던 동욱인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흥미를 담은 눈빛에 리아는 아랫입술을 이로 꾹 짓눌렀다.
동욱은 주저앉은 리아에게 손을 뻗었다. 하지만 리아는 동욱의 손을 잡지 않고 가만히 바라만 봤다.
“저항하지 마.”
나긋하지만 강압적인 어투에 리아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가 두렵고 무서워졌다. 처음 봤을 때처럼 공포감이 그녀의 몸을 덮고 있었다.
“도, 동욱 씨.”
“죄책감 갖지 마. 마음도 약해지지 마. 너는 네 부모님 복수할 생각만 해. 더러운 건 내가 깨끗하게 다 치워 줄 테니까.”
리아가 괴로워하는 걸 보면서도 동욱은 희열감이 차올랐다.
그녀가 저로 인해 괴로워하고 슬퍼하는 게 제겐 짜릿할 정도의 쾌감이었다.
그녀가 저를 걱정하는 걸 보면 아픈 척이라도 하고 싶어졌다. 그렇기에 동욱은 리아 앞에서는 꽤 신사적이고 조신한 척 굴었다. 그래서 지금의 상황이 그녀한테는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런 제 모습도 그녀가 받아 주기를 바랐다. 평생 속이고 살 수도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확신했다.
그녀라면 자신이 더러운 오물이라는 걸 알아도 받아 줄 것이라는 걸.
세상에 이렇게 사랑스러운 존재가 또 있을까.
네 신경 세포 하나하나가 다 나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거였으면 좋겠다.
“우리 공주님은 꽃길만 걸어.”
동욱은 말을 끝마치면서 입술을 벌려 리아의 입술에 포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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