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을 내선 안 될 남자였다. 처음부터.
곧 언니의 짝이 될 남자는 어느 모로 보나 완벽한 이였다.
말 한마디 못 하는 저 같은 건 감히 좋아해서도 안 될 만큼, 드높고 찬란한 존재.
“이 여자분은 오늘 내 상견례에 참석할 신부 측 가족입니다.”
처음이었다. 누군가 선뜻 말 못 하는 자신의 입이 돼 주었던 건.
***
첫 만남에 남자가 절 도운 건 그저 우연일 거라 치부했다.
하지만 얄궂은 운명은 보란 듯 저를 농락하며 어그러졌다.
“꽤 덤벙대는 편인가 봐.”
그 밤, 남자는 거침없이 제 은밀한 영역을 침범했다.
“당장 나가. 남의 방에 왜 함부로 들어와? 당신이 무슨 깡패야?”
“안 그래 보이는데. 말이 꽤 거친 타입인가 보네, 너.”
…어떻게, 수어를 알아듣지?
충격도 잠시, 남자는 곧 더 큰 혼란 속으로 절 몰아붙였다.
“12년 전 그날. 너, 정말 날 몰라?”
상처뿐이던 삶.
처음이자 마지막 기댈 곳으로 여겼던 남자와의 결혼 생활.
한데, 그 잠시의 평안조차도 제겐 과분한 탐욕이었을까.
“이젠 더 믿지 않아요. 당신의 말은.”
그만 걷잡지도, 되돌리지도 못할 운명의 비극 틈에 갇히고 말았다.
틀어쥐기엔 너무 높고, 놔버리기엔 차마 두려운.
그런 너를 겁도 없이 탐낸 나에게 주어진 참혹한 대가.
이 덧없는 욕망의 끝은 후회일까, 기적일까?
*본 작품에서 수어는 검은색 기울임 스타일로 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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