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여름, 넌 언제나처럼 불쑥 나타났다.
네가 꿈에 그리던 유명한 메이저리그 야구선수가 되어서.
“누나가 나 좀 도와줘.”
“내가 어떻게 널 도와.”
“아까 했던 말 전부 진심인데. 누나 의사잖아.”
그렇게 떠났으면 잘 살 것이지, 왜 다쳐서 나타난 건지.
“한여름. 나 안 볼 거야?”
“…….”
“누나.”
“야, 송우진.”
“응.”
“너 못 본 사이 말이 짧다? 내가 너보다 먹은 밥이 3년은 더 많은데.”
“…말은 똑바로 해야죠. 내가 여태 먹은 밥이 누나가 일평생 먹는 밥보단 많을 텐데.”
제가 과거에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도 모르고 웃는 녀석의 낯짝은 뻔뻔스럽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역사를 구태여 언급할 필요는 없었다.
그때는 지금보다 어렸고, 넌 더 어렸으니까.
치기 어렸던 우리는 어느덧 서른둘, 스물아홉이 됐다.
***
우진과 여름의 사이는 동생 친구와 친구 누나.
단지 그뿐이었다.
무어라 이름을 붙일만한 사이가 아니었다.
그 어떤 사이도 된 적이 없으니, 그저 이렇게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아까부터 궁금했던 거 있는데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뭔데.”
“남자친구 있어요?”
여름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멍청이가 될 생각은 없었다.
또 속절없이 휘둘릴까 두려웠다.
“있어.”
녀석은 사람을 흔들어놓고, 중요한 순간엔 늘 한발 물러섰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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